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刊, 값 25,000원

약사경은 깨달음 얻는 과정에 대한 실제적 이치를 전하는 경전

석가모니부처님과 문수보살의 대화를 통해 약사여래의 열두 가지 서원과 그 공덕을 이야기하는 경전인 <약사경>은 삼국 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민간에 깊이 뿌리 내려 지금도 약사여래는 기도와 염불의 대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 가까이에 있다. 깊은 신심을 가진 불자든 아니든 매년 입시철이 되면 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부처님께 자식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만으로도 그 위력을 짐작한다.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가 불국토가 되기를 발원한 약사여래는 과거 보살로 수행할 적에 다음 세상에서 부처가 되면 중생을 온갖 고통에서 구하고 원하는 바를 얻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몸과 마음의 질병, 물질적 고통, 갖가지 재난 들이 약사여래의 명호를 염불하면 소멸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고 중생의 욕망을 대변하는 약사신앙이 민간에 널리 퍼진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약사경>은 참구하지 않고 오로지 약사여래를 염불하며 경문을 암송하고 약사여래의 위신력에 힘입어 복을 구하려고 한다. 경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공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약사경 강의>는 1981년 대만의 시방서원(十方書院)에서 남회근 선생이 출가 수행자들과 재가 거사에게 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유교 불교 도교 등에 모두 정통했던 남회근 선생의 이 강의는 세상 사람들을 제도할 책임이 있는 출가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남회근 선생이 강의할 때도 미세한 부분까지 깊이 들어가 설명하며 아울러 자신과 타인의 인생 경험을 예로 들며 경전의 뜻과 하나로 녹여냈다.

▲ 남회근 선생(1918~ 2012). 사진 제공 = 부•키
이 강의에서 저자는, 불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약사경>을 외워 병에서 지켜 주고 재난에서 구해 주기만을 기도하는 것은 장사하는 마음이자 이기심이며 미신일 뿐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약사경>이 중생을 위한 큰 서원, 참된 견해와 바른 지혜 및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믿음과 올바른 행으로 수행해 나가고 지켜 나가는 것임을, 그런 불국토를 보여 주는 경전임을 분명히 전한다.

약사여래의 발원은 모든 사람들이 희구하는 간절한 바람들이며, 살면서 이루고 싶은 욕구를 대변한다. 하지만 약사여래가 마음을 일으키고 뜻을 세웠던 것은 개인의 ‘구복(求福)’이 아니라 ‘사기위인(捨己爲人)’의 정신이었다. 모든 이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닦아 나갔고 그 결과가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성취하는 것이었다.

“동방 유리세계의 약사여래가 발원 수행할 때에 그의 원력(願力)이 원행(願行)을 만들어 냈다고 했습니다. 행(行)은 바로 행위를 말하는데, 원심(願心)의 실천이 원행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말하자면 의식적인 수지가 역량을 만들어 냈고 그런 후에 하나의 종속적인 국토를 형성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원심과 원행이 없다면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습니다!” <책 82쪽>

남회근 선생은, 깨달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을 위한 원(願)을 세우는 것이요, 부처님의 감응을 얻기 위해선 마음의 수지(修持)로부터 시작해 자신의 심리 행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일갈한다. 또한 믿음은 참된 견해와 지혜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올바른 견해는 경전 속에 있으니 그 안에서 답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이것이 대승 불법 가운데 최상승의 비밀 법문이라 할 수 있는 <약사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임을 우리에게 간곡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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