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완 (중앙종회의원 • 제주특별자치도노인복지관장)

▲ 휴완스님(중앙종회의원, 제주특별자치도노인복지관장)

불교사회복지사업 실천에 임할 때 가장 중추가 되는 기본적 이념은 보살도의 자비사상이다. 이는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이 인간 예배로까지 고양된 보살도로서, 다시 말하면 자리이타(自利利他) 사상의 정신은 부처님의 성스런 체험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상적 근거에 따라 개인의 이익과 깨달음에만 만족하지 않고 이타(利他)와 각타(覺他)의 정신을 베풀어 인류 • 중생과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기에 불교복지정신이 단순히 자선이나 구제 차원보다 더 깊고 근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교는 효(孝)를 중요한 한 축으로 하는 종교이다. 특히 노년층 신도가 많고 효 사상을 중시해 온 불교계이기에 노인복지를 준비해야 하는 사명과 책임이 있다.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서는 ‘누구나 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하면 부모를 효도로써 봉양하며, 스승과 어른들을 받들어 섬기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을 하지 말 것이며 열 가지 선업(善業)을 닦아야 한다.’라고 설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부모의 은혜가 대해(大海)와 같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효심(孝心) 또한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UN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규정짓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775,101명으로 전체 인구 51,529,338명 중 13.15%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보면 전라남도(20.5%), 전라북도(17.8%), 경상북도(17.7%), 강원도(16.9%) 순이다.

이와 같은 추세로 볼 때 전문가들은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빈곤, 질병, 역할상실, 고독이라는 4중고(四重苦)에 시달리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노인문제는 이제 우리나라 최고로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최근 개신교뿐만 아니라 타 종단과 시민단체에서는 한 마음을 모아 대한민국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노인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에서 노인복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민간이 시설투자에 참여하는 방안이나 종교계의 환경시설을 복지시설화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 종단은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 종단은 2005년 사회복지법인 태고중앙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종단차원에서 다양한 복지사업을 추진했으나 개신교와 가톨릭, 특히 조계종과 비교해 볼 때 극히 소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조계종은 10월 현재 재단 산하에 전국적으로 179개소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단차원에서 스님들을 위한 노후수행관을 불사하고, 병고에 시달리는 스님들을 위한 노인노양원을 건립해 스님들이 노후에 최적의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 종교계나 조계종의 다양한 활동들을 보면서 우리 종단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종단차원에서는 우선 종단과 교구, 사찰, 재가불자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노인복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 사찰 차원에서는 사찰을 수행처와 노인복지 공간으로 병행하여 불교 노인복지 총량을 늘리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다음으로 종단차원에서 불교사회복지사업을 펼치기 위한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스님이 없어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스님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한다.

또한 종단차원에서 스님들의 노후생활 보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평생을 청빈과 검약으로 일관한 스님들에게 최소한의 수행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일은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사실 늙고 병들었을 때 어디에서 금생을 마감하며 지내야할 지 고민하는 스님들이 많다.

불교계가 복지모델로 삼는 가톨릭의 경우를 보면, 교구별로 은퇴신부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주거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은퇴신부들을 위한 사목관을 건립해 운영하는가 하면, 아파트를 구입해 개별적으로 사제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원불교에서도 은퇴 후 전국 기도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든 성직자에게 적용되는 노후복지시설을 구축해 놓고 있다.

우리 종단도 스님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종단차원에서 스님 노후복지 재원 조달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재원 조달방안으로 교구분담금 중에서 ‘스님노후복지 특별기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끝으로 지역 사찰 차원에서는 템플스테이, 참선프로그램 등과 같은 복지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사찰에 오도록 하여 불교를 접하게 한다면 이는 곧 지역주민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며, 태고종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질 것이다.
사찰에서부터 노후복지에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선다면 태고종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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