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 한해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다. 국민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충격을 주었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도 촛불시위의 민심에 따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과정이 남아있지만 탄핵안 가결은‘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분노와 통탄으로 멍들었던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헌법정신이 펄펄 살아있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로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헤아려 그 받침이 되는 결과를 헌재가 조속히 내어주기를 정유년 새해에 기대한다.

해방 이후 악순환으로 이어져 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적폐가 청산되고 낡은 정치 시스템이 개혁되어 새로운 사회, 새로운 정치를 희구하는 민중의 염원이 실현되도록 정치권은 사사로운 정권욕을 버리고 대의적인 관점으로 직시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건설에 온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희망이 커야 어려움을 극복하는 국민들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법이다. 거대한 시스템을 활용해 구제활동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일개 단체나 종교가 나서서 문제 전부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시대이다.

하지만 민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정부기구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정부조직안에 있는 민생이든, 정부조직 바깥에 있는 민생이든 그들에게 평등한 자비심을 가지고 힘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그것을종교가 해야한다.

아시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지도해 온 아름다운 역사를 불교는 가지고 있다. 이 시대에도 그런 역할을 선도적으로 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걸쳐서 깨달음을 향한 치열한 구도열과 깨달음의 획득 및 깨달음의 인가 과정과 법맥의 전수, 그리고 두 나라 왕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훌륭한 교화활동을 펼친 모범적인 승려인 고려말 태고보우 선사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선양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회가 복잡다단하고 갈등이 심할수록 태고보우 스님의 가르침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범세계적인 어려움과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국제적인 어려움과 국내적인 어려움 그리고 교단 내의 어려움과 교단 밖의 어려움을 다양하고 복잡하게 가지고 있던 고려말의 기린아 태고보우 스님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인가를 널리 알리고 실천해야 한다.

뭐가 바른 것인지 어느 것이 그른 것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말법시대 중생에게 맑은 바람으로 다가오는 이가 바로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올곧게 지닌 태고보우 선사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나를 바로 보게 하는 ‘거울’이요,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하는 ‘이웃’이라는 생각에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일찍이 태고보우선사는 “호랑이는 알록달록한 짐승을 잡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동족을 해칠까 두렵기 때문이다.”라고 속정 깊게 경계의 가르침을 주었던 것이다.

종조로서 모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고보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평상시 우리들의 삶과 사고에 결부시키는 일을 새해에는 꼭 실천해 보자.

희망찬 내일을 맞기 위해서는 어제를 돌아보며 오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부터 변화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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