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대비의 배려 통해 갈등과 대립을 상생 · 화합으로 전환시켜야

▲ 중앙종회의장 설운스님.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국불교 태고종 종도와 불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부처님 은혜가 더욱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아 지난 것은 낡은 것으로 밀어놓더라도 무언가 아직 미지의 새해에 더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우리의 정입니다.

지난 몇 년간은 우리종단이 호법원장 선출이라는 과정 속에 혼돈과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종도들의 힘과 원력으로 이제는 종단의 안정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나라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이 발생하여 국민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오늘의 인류 사회는 너나없이 이기와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혀 정법과 정론과 최소한의 윤리도덕마저 외면한 채 나만 옳고, 나만 소중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들이 팽배해 있습니다. 무분별한 소유욕으로 가치관의 왜곡은 물론 이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는 우려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찍이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참 진리는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서로서로 관계의 그물망을 맺고 있다는 인연생기의 진리입니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으니, ‘나’라고 고집하는 것은 전도몽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오로지 ‘나’라는 생각에만 탐닉하고 있습니다. 정법이 무색한 세태입니다.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
‘내가 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말처럼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남을 나와 같이 여기는 동체대비의 배려를 통해 우리는 갈등과 대립을 상생과 화합으로 전환시키는 무한한 나눔을 온 누리에 채울 수 있습니다.

생명의 참 진리는 공존(共存) 상생(相生)입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근본이치를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공유하고 소통하고 포용하고 이해하는 곳에서 참 생명이 살아납니다. 마음을 나누면 마음은 커집니다.

큰마음에는 경쟁과 갈등이 사라지고, 화해와 평화와 온유와 자비가 넘쳐납니다. 모든 것과 하나 되는 환희심입니다. 이 자리가 희망이 싹트는 자립니다.

마음 한 번 돌리면 그 자리가 불국토라 했습니다. 절망과 낙심과 좌절이 우리를 괴롭힐 지라도 우리가 그에 굴복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그 괴로움의 자리에서 희망과 용기와 불굴의 의지가 싹트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밝음이 더욱 빛나는 까닭입니다.

맑은 마음, 긍정하는 마음, 함께 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싹을 틔웁시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입니다. 모두가 마음속에 진리의 등불, 희망의 등불을 켜서 부처님 진리 충만한 불국토를 밝힙시다. 정유년에는 복(福)과 지혜가 더욱 원만구족 하시길 합장 기원 드립니다.

정유년 새해 아침

중앙종회의장 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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