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내홍으로 위상이 실추되고 종도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었던 종단이 불기 2561년 정유년 새해를 따뜻한 자비나눔 행사로 시작해 모처럼 종도들을 미소짓게 했다. 총무원장 도산스님 등 종단 주요 간부스님들은 1월 17일 종로구청을 방문해 사각지대 불우이웃에게 전해달라고 연탄성금 700만원을 기탁했다. 이어 숭인2동을 방문해 한 독거노인 집에 직접 연탄을 나르고 쌓아주는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도 펼쳤다. 봉사를 마친 후 검은 연탄이 묻은 장갑 낀 손을 들고 활짝 웃는 총무원 간부스님들의 모습에서 종단의 밝은 내일이 보이는 듯 했다.

본산급 사찰인 장흥 청련사는 지난 12월 사중 스님들로 사회봉사단체인 ‘참나 나눔회’를 결성하고 1월 24일 ‘사랑의 열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저소득층의 안과 수술비 1천만원을 보시했다.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자비부담이 어려워 수술을 할 수 없는 어려운 가정의 각막수술, 백내장수술비를 대납해 주는 자비활동이다. 청련사는 매년 수차례 양주시청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지원해 오고 있지만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나눔과 봉사를 위해 ‘참나 나눔회’를 결성했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 국제구호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자비나눔실천도량 (사)나누우리는 1월 17일 열린 총회에서 지역별 사찰별로 나누우리 봉사단을 결성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환우돕기 희망나눔 산사음악회, 캄보디아 초등학교에 식수정수 시설 설치 등 현재 하고 있는 구호사업을 계속해 나가면서 보다 많은 봉사활동에 스님들과 신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한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다.

민간 종교계의 복지와 봉사활동이 우리사회에 더욱 필요한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복지가 일차적으로 정부 복지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지만 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더욱 효과적일 경우가 많이 있다. 민간 복지와 봉사는 복지자원의 투여에 있어서 법령이나 규정, 그리고 예산의 지출에 대한 의사결정이 정부보다 즉각적이고 융통성이 있어서 특히 긴급활동에 있어서 유리하다.

따라서 지역별로 봉사단이 결성돼 있다면 크고 작은 재해 상황이 발생할 때 직접 현장에 파견되어 긴급 구호에 나서거나 효율적으로 복지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이제 우리 종단도 이러한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비나눔은 어떤 특정한 날이나 시기에만 행해져서는 안 된다. 불교는 연기론적 세계관을 정립하고 있어 인과의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어떤 결과도 원인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좋은 결과는 좋은 원인에서만 가능하다. 불교의 근본정신과 사상은 자비실천이다. 세상과 인간을 평화롭고 안락하게 하는 길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의 자비정신 실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 태고종을 대승교화종단이며 보살승단이라고 부른다. 즉 대승보살사상을 실천하는 종단을 지칭한다. 대승교화종단이란 대승불교의 주체요 핵심사상인 ‘보살불교’에 종단의 본질적 가치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보살승단을 자임하는 태고종의 종도는 필수적으로 보살행과 대승불교운동의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

이 사회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고 손을 내미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사회의 고통을 치유하는 나눔과 봉사 활동에 매진할 때 대승교화종단인 태고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국민적인 신망도 받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