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별로 풀어가는

천연염색 이야기 27-연재를 마치면서

원철 스님

24절기로 작물 수확시기 예측

단청·불화의 주된 색은 오방색

오행설로 색 만드는 과정 설명

연재하며 공부…

박미숙작.
박미숙작.

 

천연염색과 불교문화 오방색 등을 주제로 천연염색 이야기를 절기별로 색으로 풀어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24절기는 태양의 위치와 천문 현상을 기준으로 나누어지며, 각각의 절기는 15일씩 지속된다. 대표적인 24절기에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등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계절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24절기는 농사 일정을 관리하고 농작물의 생육과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또한,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건강 조절, 음식, 의복 선택 등 의식주 전반에 걸쳐 일상생활에도 활용되었다.

박민호작.
박민호작.

 

약(藥)이 되고 식(食)이 되는 색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오방색을 통하여 계절을 말하였으며, 방향을 말하고 색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 풀어보았다.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다’는 사자성어에서 보듯 푸른색의 스승격인 쪽빛은 ‘해가 뜨는 동방의 색’으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색이다. 푸른색은 동방의 색으로 봄을 상징하고 시작의 뜻으로 생명을 상징 한다.

사계절을 색으로 분류하면 갑을(甲乙)은 동방청색으로 봄이며, 병정(丙丁)은 남방적색으로 여름이고, 무기(戊己)는 중앙황색으로 환절기이며, 경신(庚辛)은 서방백색으로 가을이고, 임계(壬癸)는 북방흑색으로 겨울에 해당한다.

박윤진작.
박윤진작.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모시는 불단의 방향을 북쪽에 둔다. 동쪽에 신중단을 두고 서쪽에 영단을 구성하고, 불단과 맞은편 남쪽 직선거리에 있는 공간을 ‘어간(御間)’이라 부른다. 이 공간은 신성한 영역에 해당하여, 일반인은 어간문(御間門)으로 드나들 수 없고 양 측면 문으로 들어간다. 공간에 부여한 상징은, 음양의 원리와 함께 방위ㆍ좌우의 설정을 색으로 이해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불교의 사찰과 궁궐 등에 사용하는 단청과 불화의 주된 색은 오방색을 사용하였고, 어린아이들이 입었던 색동저고리 역시 오방색이 사용된 예로서 색동옷에 사용된 색은 청, 적, 황, 백의 정색과 초록, 분홍 같은 간색을 섞어 사용하였다.

이덕은작.
이덕은작.

천연염색을 하면서 색을 이해하는 것은 물들이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체험으로 접근한 염색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문화 전반에 걸쳐 관계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 역시 물감을 풀어 채색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서양의 삼원색을 기본으로 우리 전통색을 만들어 가는 것은 고문헌 속에 나오는 염색제법에 관한 설명들 앞에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옛사람들은 색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풀어낸 오행설에 근거하여 이야기했다. 염색을 오래 하다 문헌을 들여다보고 전통염색을 한다고 옛것을 재현해보려고 하면 문헌 속 염색제법 단어에 막혀 버리고 만다. 상생의 색, 상극의 색, 무엇이 상생이고 상극인가? 염색을 왜 이리 어렵게 설명해 놓았는가? 이해할 수 없는 단어 속에서 끙끙댈 수밖에 없게 된다. 색으로 풀어보는 오행을 설명하면 그제야 감이 잡힌다.

정은숙작.
정은숙작.

색으로 방향성을 잡고 색으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색으로 풀어가는 우리 생활 전반의 이야기들은 천연염색을 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염색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 물들이는 과정이 힘든 노동이지만 그 노동 속에는 곱게 삶이 물들어가는 즐거움이 있다. 옛날에는 그러했지만,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세상이다.

절기는 자연과의 조화와 농사 생활의 지혜를 전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중요시하였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의식주를 즐기며 살아간다. 천연염색은 자연과의 조화와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물들여진 고운 색이 품고 있는 상징성은 차고도 넘친다. 아마도 물들이는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은 몰입의 즐거움일 수도 있다 .

주재학작.
주재학작.

명검을 만들기 위해 수백 번의 담금질을 하듯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물에 치대고 반복하면서 색을 만들어 내는 즐거움, 그것은 구도자의 심정이 되어 물들여 가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 전반에 걸쳐 약(藥)이 되고 식(食)이 되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우리 전통문화 천연염색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해본다.

글을 쓰던 작가도 아니고 글재주도 없는 소승이 천연염색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필자에겐 글을 쓰는 시간이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찾아보면서 알아가는 공부의 기회였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 물들여진 고운 색처럼 아름답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끝>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주현숙작.
주현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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