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사 예수재 홑소리의 연행과 특징⑦․ 끝.

2. <헌좌게>의 연행 양상

 

앞서 어장 상진의 소리 계통을 확인한 바, 연행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범패는 재장의 상황에 맞게 즉각적으로 변통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 활용 능력은 범패승의 숙련도를 파악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척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8년 중양절예수재에서 가장 많이 연행된 악곡 <헌좌게>를 대상으로, 매 절차에서 해당 악곡을 어떻게 부르는지를 알아보겠다.

2018년 중양절예수재에서 연행된 <헌좌게>는 총 6종이며, 아래와 같다.

<표 > 절차별 헌좌게 

절차

악곡명

반주악기

가창자

소요시간

가사

시련

헌좌게

상진·거진

2분 47초

아금경설보엄좌 봉헌일체성현전

원멸진로망상심 속원해탈보리과

관욕

안좌게

징·요령

제창

22초

아금의교설화연 다과진수열좌전

대소의위차제좌 전심제청연금언

괘불이운

헌좌게

상진·거진

1분 10초

묘보리좌승장엄 에불좌이성정각

아금헌좌역여시 자타일시성불도

사자단

헌좌게

징·요령

상진

13초

아금경설보엄좌 봉헌사직사자전

원멸진로망상심 속원해탈보리과

중단

헌좌게

징·요령

상진

9초

아금경설보엄좌 봉헌일체명왕전

원멸진로망상심 속원해탈보리과

하단-고사단

헌좌게

상진

10초

아금경설보엄좌 봉헌일체고사중

원멸진로망상심 속원해탈보리과


영가를 대상으로 하는 <헌좌게>는 <안좌게>로 명칭한다. 타악기 반주는 징의 단독 연주와 요령과 징이 함께 수반되는 두 가지 형태이다. 소리를 길게 지을 때는 반드시 징이 소리를 이끌고, 염불성으로 빠르게 섬길 때는 요령을 규칙적으로 울리기도 한다. 요령은 반주악기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부처의 법력을 상징1)하는 의식구(儀式具)로서의 기능도 함께한다. 가창자는 1인과 2인 또는 어산단이 함께 부른다. 홑소리를 길게 지을 때는 2인이 각자 홀수구와 짝수구를 맡아 앞구와 뒷구를 맞물려 부르는데, 쓸어서 부를 때는 제창 또는 독창으로 연행한다. 소요시간을 살펴보면, 홑소리로 지을 때는 1분 이상이 걸리지만, 쓸어서 연행할 때는 9~20초까지 폭이 크다. 가사는 ‘아금’으로 시작하는 가사를 가장 많이 쓰며, 2구의 마지막 세 글자로 대상을 밝힌다. ‘묘보리’로 시작하는 가사는 석가모니불을 대상으로 삼는 <헌좌게>로 대부분의 의식에서 홑소리로 짓는 가사이다.

홑소리 <헌좌게>는 앞 절에서 살펴보았다. 본 절에서는 쓸어서 부르는 선율와 평염불의 선율을 분석해 보겠다.

[악보 9] 상진 관욕 <안좌게>

위 악보는 관욕의 <안좌게>이다. 어산단이 모두 함께 제창하였는데, 1구와 2구는 선율이 동일하고, 3구와 4구는 선율이 다르다. 제3구에 등장하는 la·do’의 반복이 인상적인데, 이러한 선율은 5언, 7언 운문 게송을 쓸어서 연행할 때 흔히 활용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행보게>, <영축게> 등이 있다.

다음으로 중단의 <헌좌게>를 살펴보겠다.

[악보 10] 상진 중단 <헌좌게>

중단의 <헌좌게>는 독창으로 요령의 반주에 맞추어 연행되는 염불성이다. 편문 또는 <청사>도 이처럼 1자 1박으로 충충 읽어 나가는데, 가장 대표적인 염불성으로 송주성2)이라고도 한다. 사자단의 <헌좌게>도 평염불로 부른다.

마지막으로 고사단의 <헌좌게>를 살펴보겠다.

[악보 11] 상진 고사단 <헌좌게>

고사단의 <헌좌게>는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형태이다. 매 박의 시가는 동일하지만, ‘원멸진로망상심’은 1자 1박의 송주성으로, ‘아금경설보엄좌’는 3소박으로 부른다. 이는 상용의식에서 발원문이나 축원문을 읽는 형태로, 재 의식에서 비교적 드물게 활용된다.

정리하자면, 어장 상진은 총 6차례 등장하는 <헌좌게>를 네 가지 방법으로 불렀다. 각각의 연행 방법과 소요시간에 따라 청중이 악곡을 느끼는 감상도 다를 것이다. 이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서 동일 악곡을 가변적으로 운용하고, 중요도에 따라 선율을 달리하여 그에 따른 종교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장의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Ⅳ. 맺음말

양주 청련사(靑蓮寺)는 본래 왕십리에 위치해 있었던 고찰(古刹)로, 안정사(安靜寺)라고도 한다. 불교 재의식을 전승하는 동교계(東郊系) 사찰 중 하나로, 1960년대 후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로 지정된 서교계(西郊系) 봉원사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본 고에서는 청련사 예수재와 봉원사 영산재의 관련성에 주목하여, 의식 절차와 홑소리 선율, 연행 방식 등을 살펴보았다.

연구대상으로 2018년 설행된 중양절예수재를 선정하고, 이를 타 사찰의 영산재 및 수륙재의 절차와 비교해 보았다. 더불어 각 절차에서 어떤 범패와 작법무를 연행하였는지, 범패 연행에 규칙성이 보이는지를 살펴보았다. 또 범패 선율은 비교적 다양하게 연행된 홑소리로 범위를 한정하여, 봉원사 1대 보유자 중 한 명인 송암(속명 朴喜德, 1915~2000)과 현 청련사 어장인 상진(속명: 최기훈, 1956년~현재)의 선율을 비교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재 의식 동안 가장 많이 부른 홑소리 <헌좌게>를 대상으로, 그 연행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았다.

의식 절차를 살펴본 결과, 청련사 예수재의 절차는 근대 영산재와 수륙재의 영향을 모두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먼저 시련-대련-관욕을 선행하고 신중작법과 괘불이운을 후행하는 절차는 봉원사 송암 계통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총 15개의 큰 재차는 가장 큰 규모인 수륙재의 틀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혹, 수륙재 중 망자 천도의 부분을 수용한 현 영산재의 절차를 가져온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반면, 명부전에서 영가를 맞아 시련단으로 맞이하고, 대령과 관욕, 신중작법을 대적광전에서 거행하는 것은 청련사 예수재의 다른 점이다. 더불어 사자(使者)의 이동수단이 아닌, 전생의 빚을 옮기는 이동수단으로 말을 인식하여 하단 이후에 마구단을 진행하였는데, 이는 예수재에서 보이는 특징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홑소리 선율의 분석 결과, 봉원사 송암 계통의 선율을 학습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양절예수재에서는 총 12곡의 홑소리가 연행되었는데, 이중 유사선율군의 대표되는 악곡 <다게>, <헌좌게>, <가영>, <대비주>를 살펴보았다. 반주악기, 박자구조, 주요 출현음, 음조직, 종지음 등의 음악적 요소는 송암과 상진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반복되는 시김새와 실음, 속도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큰 선율진행은 대동소이하며, 특히 이조(移調) 구간 및 숨자리의 일치 등은 청련사 어장 상진이 송암 계통 문하에서 수학하였음을 확언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외에도 어장 상진의 의식 현장 집도 방식을 살펴보기 위하여, 전체 의식 동안 6차례 등장하는 홑소리 <헌좌게>의 연행 양상을 살펴보았다. <헌좌게>는 긴 홑소리와 게문(偈文) 쓰는 소리, 염불성, 축원성 등 네 가지 방법으로 불려 졌다. 이를 통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중요도에 따라 동일 악곡을 가변적으로 운용하는 상진의 숙련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본 고에서는 의식의 절차와 홑소리에 주목하여 청련사 예수재, 즉 어장 상진의 홑소리 연행과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청련사 예수재 절차가 가지는 몇 가지 특징과 어장 상진의 신총 봉원사 송암 계통의 학습배경 및 정통한 범패 운용 능력을 확인하였다.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각주】
1) 양영진, 「불교 수륙재 악기 활용과 기능」, 공연문화연구 제30집(공연문화학회, 2015), p.64. 
2)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한글통일법요집(조계종출판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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